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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이 일상에서는 공기의 존재나 그 고마움을 모르듯이 우리들도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땅에 대해 무관심할 때가 많아서 우리 강산의 가치나 그 아름다움을 모르고 산다.



  풍토론(4) 한국인의 입거리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고문 고종환

[입거리(衣)] 우리 민족은 왜 흰옷 입기를 좋아했을까

예전에는 한(韓)민족을 일컬어 백의(白衣) 민족이라 했다.
우리 민족은 유난히 흰옷을 즐겨 입었고 백색을 좋아했다. 현재 한국인들의 옷 색깔은 매우 다양하지만 아직도 흰 빛깔을 좋아하는 심리는 여전한가 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동차의 색깔은 나라마다 다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의 색은 흰색 및 은색 계통이라 한다.
최근 어떤 신문 기사를 보니 2003년 1월부터 5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이 현대의 EF쏘나타인데 총 판매량 2만 3천 328대 가운데 순백색이 5천 984대(전체의 26%), 유백색(乳白色:진주빛) 차가 1만 1천 124대(48%)로서 이를 모두 합치면 전 판매량의 74%가 백색계통의 차였다. 기아차의 경우도 쎄라토는 은색(56%)과 순백색(32%)을 합쳐 88%나 팔렸고, 쏘렌토는 은색(54%)과 순백색(23%)을 합쳐 판매된 차의 77%가 백색계통이었다. 그리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인의 BMW의 경우 은색과 흰색 색상을 합친 비중이  90%를 조금 넘는다. 

<흰옷은 비애의 상징, 흰색은 즐거움을 잃은 색이라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우리나라를 강제로 빼앗은 뒤 우리겨레의 민족혼을 말살하고 韓민족의 전통문화는 열등하다는 이론을 내세워 그들의 식민통치를 합리화하는데  온갖 술책을 다 썼다.

조선족은 색채문화가 미개하여 무색(?)인 흰색을 선호하고, 항상 외침이나 내란 등으로 시달린 패배감이나 애사(哀事)로 말미암은 민족적 비애감 때문에 항상 흰옷을 입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른바 지한파(知韓派)요 친한파(親韓派)로 자처한 일본제국주의 지식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 흰옷은 언제나 상복이었다. 쓸쓸하고 조심성 많은 마음의 상징이었다. 아마 이 민족이 맛본 고통스럽고 의지할 곳 없는 역사적 경험이 이러한 의복을 입는 것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버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쨌거나 색이 빈약하다는 것은 생활에서 즐거움을 잃었다는 분명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야나기 무네요시 柳 宗悅) 」

<다른 색을 생생하게 살려주고 풍성하게 감싸안는 흰색>

색채연구가들은 흰색은 완전한 균형을 이룬 색이며, 흰색의 느낌은 깨끗하고 자연스러우며 또 모든 색 중에 가장 순수하고, 건전한 활동을 불러일으키는 색’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 순결, 행복을 상징하는 서양식 신부 예복은 흰색 드레스로 하고, 위생과 청결을 요구하는 음식업 종사자들의 옷과 병원의 간호사의 옷도 흰색이며, 순결과 순종을 의미하는 수도원의 수도사복도 흰색이다. 그리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평화가 요청될 때는 그 종결을 알리는 항복의 의미로 백기를 쓰는데 이 모두 세계적으로 공통이다.
  
우리 민족이 흰색을 좋아하고 숭배한 이유는 하늘을 공경하는 사상과 함께 순결과 평화를 존중하며  순진무구한 것을 좋아한 민족성에서도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러기 때문에 새로 태어난 아기에겐 흰색의 배내옷을 입히고, 상상 속의 천사도 백색 옷을 입고 있으며, 신선의 모습은 완숙미, 포용, 관용, 초월의 의미로 눈썹과 수염까지도 하얀 도사로 묘사한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은 천연적 소재인 백색 옷을 즐겨 입고, 백색 환경이 민족의 심성에 자리잡아 백두산, 장백산, 태백산 등 ꡐ白ꡑ자가 들어가는 산이름이 많고 이를 신성시하였으며, 백설(白雪), 백운(白雲), 백호(白虎), 백마(白馬), 백조(白鳥) 등을 경애(敬愛)하고 기렸다. 이로부터  한민족만이 간직한 은은하고 투명하며, 천연 그대로의 순수한 빛깔, 격이 있고 깊이 있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아름다운 백자를 창조해낸 것이다.
백색이라도 눈빛 같은 설백(雪白), 젖빛 같은 유백(乳白), 잿빛이 도는 회백, 한지(韓紙)의 지백(紙白), 모시나 옥양목, 광목과 같은 그 미묘한 백색의 멋을 창조했다. 한국인이 창조한 백색은 비애의 빛도 아니요 패배의 빛도 아닌 평화롭고 순수한 완전의 빛으로서 주변의 색들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풍성하게 싸안는다.
백색은 또 어떤 색이로든 변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 민족이 백색을 선호하는 심성엔 실패해도 언제든지 재기하겠다는 심리적인 뜻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한국사람들은 민족의 수난사를 영광의 역사로 변화시키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오방색과 한민족의 옷의 멋>

이뿐만 아니라 백색과 더불어 중국 도교사상의 음양이론과 관련된 오방색의 개념을 받아들여 오방색의 화려한 배합으로 조화를 이루어 색상이 강렬하여 젊고 건강하며, 생동적이고, 마치 잔치기분을 느끼게 하면서 길(吉)한 기분을 풍긴다. 흰색을 여백으로, 하양, 까망에 빨강, 노랑, 파랑이 어우러진 자주색의 삼회장 저고리, 색동옷과 녹의홍상, 노랑저고리에 분홍치마 등 고풍스럽고도 아름답고 멋스러운 복색미를 만들어 냈음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의 다양한 색상에 복잡한 문양을 장식한 것과는 달리 자연의 길한 동식물의 문양을 배합하여 만복과 무병장수를 비는 구복(求福)사상을  나타내고 인, 의, 예, 지, 충, 효 등의 덕담까지도 옷속에 새겨 넣는 복색문화를 창조했다.
(오방색-동,서,남,북,중앙의 각 방위에 따른 색. 동:청색, 서:백색, 남:적색, 북:흑색, 중앙: 황색)

중국과 일본의 복색(服色)이 우리와 다른 점은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적 조건과 산천의 조화가 우리 민족성을 낳았듯이 중국과 일본이 우리나라와 가까운 이웃나라이지만 풍토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의복의 색깔도 다른 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2005. 03. 21. 중소벤처신문 12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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